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있는데 쾅, 와장창창 하는 소리가 들렸다.
바로 나와 주방으로 가 보았다. 아무 이상이 없다.

룸메이트 방을 두드렸다.
'지아야-'
반응이 없다. 자는 듯하다.
또 윗집에서 들리는 소리였나 보다.
미국 집들은 원체 방음이 안 되는 지라 헷갈릴 때가 많다.

뭘 꺼낼 게 있어 침대 옆에 있는 속옷 서랍에 간 순간,
아차 싶었다.
그 소음의 진원이 여기였구나.
나의 자랑스런 6불 짜리 거울이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.
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 이 얇은 거울이 휘청거리다 결국 떨어진 듯 하다.

사실 거울이 좀 허술하기는 했다.
툭 건드리면 챙, 하고 깨질 거 같지 않고
찌지직하고 찢어지게 생겼다.
그래도 6불이라며 좋다고 산 건데. 후-


깨진 유리 조각을 비닐 봉지에 하나하나 주워 담는데
뭐랄까 꼭 나의 지난, 실수로 얼룩진 시간들을 수습하는 것만 같았다.
갑자기 서러워지고 쓸쓸해졌다.
아- 왜 이런 우울한 기분이 드는 걸까, 하는 순간,
앗,
유리에 엄지 손가락을 찔리고 말았다.
선홍 붉은 피.


두 번이나 더 찔렸다.
팔에도 스쳤다. 방울방울 피가 맺힌다.
젠장.
지난 주 산에 갔다가 제대로 자빠져서 가뜩이나 양 팔에 상처가 심한데
이거 원 아쥬 볼만하구나. 췌.


아무래도 체한 거 같다.
깨진 거울이 날 체하게 한 거 같다.
아. 기분 별로다.
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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