그 동안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.
제법 긴 방학이었지만 환율폭등과 9월위기설에 벌벌 떨면서
게다가 복잡한 사정으로 이 큰 집에 혼자 지내게 되어
앞으로의 생활비 압박을 두려워하면서
그렇게 집에서 잘 쉬고 있었습니다.
(음. 네. 뻥 좀 보탰습니다.)


별 다른 계획을 세우지 못해 멀리 가지는 못하고
colorado 주 내에서 유명하다는 두 곳을 다녀왔습니다.



- rocky mountain national park

산 꼭대기 휴게소에다가 현금을 가득 담은 핸드백을 두고 온 덕에
이틀 동안 마음이 심란했더랬습니다.
가방 안에는 제 모든 것이 고스란히 들어있었습니다.
핸드폰, 여권, 전자사전, 지갑 등-
같이 간 친구들에게 티내지 않으려고 괜히 혼자 끙끙 앓다가 (안 그래도 되는데)
그 다음 날 다시 찾아가 꽤 우여곡절(?) 끝에 무사히 가방을 찾았습니다.
너무 신경 쓴 탓인지 다시 찾아도 크게 기쁘지가 않더군요. 내 참.
 
미국의 국립 공원은 보안관들이 관리하고 치안을 담당합니다.
visitor center 뿐 만 아니라 간단한 간식과 기념품을 파는 휴게소까지 보안관들이 운영합니다.
게다가 rocky mountain national park는 오후 5시만 되면 
모든 휴게소와 visitor center 문을 닫습니다.
칼퇴근은 미국인의 미덕입죠.
가방을 잃어버린 그 날, 산 꼭대기 휴게소에 다시 올라갔지만 5분 늦게 하는 덕분에
그 다음 날 또 그 먼 거리를 나서야 했습니다.

다시 찾아가 물어 물어 lost & found office에 도착해 가방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.
젊고 압축 장난 아닌 안경을 쓴 보안관 씨께서
'네 가방 갈색 가방이지? 우리가 잘 갖고 있다. 안에 돈이 무지 많더라. 900불 정도나 있더군.'
라고 말했습니다.
보안관 아저씨들, 제 돈을 일일이 다 세어 보시다니.




- royal gorge

굉장히 높고 험준한 계곡입니다. 개인당 입장료가 24불이나 되는 휴양지입니다.
케이블카와 sky rider와 같은, 높이를 즐길 수 있는 탈 것들이 있고
계곡에서 래프팅도 할 수 있습니다.
royal gorge bridge에서 보는 절경도 꽤 괜찮았습니다.
colorado에 지내면서 솔직히 산, 평야, 메마른 땅, 암벽, 구름 많은 예쁜 하늘,
이런 거에 살짝 질렸더랬는데 깍아지른 듯한 계곡은 시원한 느낌이었습니다.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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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음 주면 학기 시작입니다.


여기 denver는 찬 바람이 붑니다.
햇살은 따뜻하지만 옷 속으로 파고드는 바람 속에는 가을이 숨어 있습니다.
한국은 아직도 더운지 궁금합니다.
 
더위가 한 풀 꺾이고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지니
시간이 너무 빠른 것처럼 느껴지고
한 살 더 먹은 게 실감 난다는, 그런 얘기를 전하는 한국 친구들이 많습니다.

가을은. 모순적이란 생각이 듭니다.
풍요로운 수확의 시기라고들 하지만
스산하고 쓸쓸한 계절이기도 합니다.
곧 취업 시즌이기도 하고. 췌.

모두들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.

포스팅 뜸하다고, 잘 지내냐고 전해 주신 님들하. 캄사합니다.



사용자 삽입 이미지




- 얼룩이 심한 치마를 손빨래 하고 햇빛에 널고 싶어 이리저리 궁리하다가
   저렇게 블라인드 줄에 꽁꽁 매달아 놓았습니다.
   실제로 보면 환하고 쨍한데.
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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