문득 거울을 보니 엄마가 나를 바라 보고 있었다,

뭐 이런 뻔한 얘기는 아니다. 


엄마가 내게 직간접적으로 남긴 진짜 흔적이 몇 있다. 



1. 눈썹 문신


난 정말 작은어머니와 엄마의 검파란 눈썹이 싫었다. 

하지만 엄마의 강권은 묘한 힘이 있다. 

권유인지 명령인지 알 수는 없다. 

엄마 자신도 모를 것이다. 


메이크업 전문가들은 얼굴형에 맞는 반영구 눈썹 화장일지라도 하지 말라고 말한다. 

그런데 내 눈썹은 심지어 내 얼굴에 어울리지도 않는다. 

어느 순간 그 퍼런 눈썹이 너무 꼴보기 싫을 때가 있다. 

그러면 바로 아무 미용실에나 들어 가서 앞머리를 내린다. 

한 동안은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.  




2. 왼손 네 번째 손가락 근처 상처


수능이  끝나고 엄마랑 싸우다 맞으면서 

엄마의 반지에 긁힌 상처가 있다. 

얼굴 왼쪽을 종단하는 상처는 얕은 덕분에 금방 아물었다. 


우리 엄마가 평소에 폭력적인 건 아니었다. 

그냥 잘못 맞은거지. 

그래서 그 때 난 맞았다는 사실로 슬프지는 않았다. 별로 아프지도 않았다. 

다만 또 이렇게 원점이구나, 더 나아질 수가 없구나, 하는 절망감이 더 컸다. 


그렇게 맞고 나서 가만히 내 방에 있을 수는 없었다. 

어떻게든 내가 집을 나와야 했다. 

같은 대학 원서를 썼다는 이유로 갑자기 친해진 같은 반 친구가

아르바이트를 하는 아주대 앞 손님 없는 카페를 찾아갔다. 

그 때만 해도 내 얼굴에 그렇게 큰 상처가 있는 줄은 몰랐다. 

내 얼굴을 본 친구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동그란 눈을 해서는

말없이 카페 전화기를 내게 쥐어주었다. 

이유를 물을 만큼 가깝지도, 모른 척 할만큼 먼 친구도 아니었다. 

난 제일 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고 

그 친구가 내 얼굴에 약을 발라주었을 때 상처의 크기를 알았다. 


손에 있는 상처는 꽤 깊었지만 이제는 많이 희미해졌다.

그 때의 일은 없었으면 더 좋았겠다, 생각하면서도

기억이 희미해지는 건 싫은 변태같은 마음 때문에 

굳이 이렇게 글로 쓴다. 




3.  툭 튀어나온 앞니



내 토끼 앞니는 엄마를 닮은 것이다. 게다가 아빠를 닮기도 해 엄청 크다.

결론적으로 엄마의 앞니보다 더 못생겼다. 

일찍이 엄마는 나를 치과에 보내 치아교정을 시켜주셨다. 

천안 단국대 치대에서 교정 치료를 했고

간호사셨던 어머니의 인맥으로 교수님께 진료를 받았다. 

처음 1년은 부모님 두 분 중 한분이 꼭 함께 가주셨다.

마지막 몇 달간은 혼자 다녔는데 그 때 일이 났다. 

내 치열 상태에 만족하지 못한 엄마가 교수님께 친히 전화를 하셨는데

통화를 하고 난 의사선생님은 나에게 소리를 질렀다. 

뭘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냐고,

그래서 난 엄마가 앞니가 더 들어가야 할 것 같다고 하셨다고 했더니 

의사님, 네가 원하는 걸 말해! 엄마 말고!

그 때 난 중2 정도였고 불행히도 원하는 게 없었다. 

간호사 언니가 아무말 못하는 나를 달래며 진료실 밖으로 내보냈고

그 이후로 난 그 의사님을 본 적이 없다. 다른 분이 진료해 주셨다.


나중에 내 교정 보조장치가 부서져서 수리를 요청했을 때

대신 진료 하시는 의사님은 교수님께 물어본 후 수리하겠다고 했고

교수님은 계속 진료를 해주지 않는 상태였다. 

결국 부서진 교정장치를 다시 받았고 

엄마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그 화난 교수를 나 혼자 마주하기 싫어서 관뒀다.

내 앞니는 교정 후에도 여전히 토끼이빨이다.






농담 반 재미 반 진담 반으로 썼는데 

다 쓰고 나니 역시 별 일 아니다.


그래도 다시 한 번 엄마란 존재는 알게 모르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깨닫는다. 


이런 존재를 내 인생에 또 만들고 싶지는 않다. 한번이면족하도다.



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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